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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창작소설]죽은 음양과 소원을 걷는 자. 1화-3글쓴이sinyagun
날짜 11-08-24 02:21조회1819
*

“음냐. 음냐, 오빠야~”

현실로 돌아왔다.
여동생의 잠꼬대를 들으며, 어제 일을 회상하던 중, 이상한 점을 깨달았다.
아까의 버스 운전수, 왠지 낮이 익다고 생각했었다. 선글라스로 가리긴 했지만, 30대 중반의 별 특징 없는 얼굴. 어제 골목길에서 본 살인마와 비슷했다.
거기에 생각이 미치니 버스의 행로도 이상하다는 걸 깨달았다. 버스는 내가 알던 길과 전혀 다른 길을 가고 있으며, 중간에 한 번도 멈추지 않았다. 내릴 사람은 없었어도 타려는 사람들은 있었다. 그런데 다 무시했다.

오늘 버스의 노선이 바뀌었다는 말은 들었다. 그래서 잠시 납득하긴 했었지만, 버스가 맘대로 운행노선을 바꿨다는 말은 역시 이상했다.
급히, 내리겠다는 표시로 부저를 누르고, 선희를 등에 업었다. 하지만 버스는 멈추지 않았다.
역시나.
심장에 저릿한 느낌이 났다. 이를 악물었다.
어떻게든 도망치지 않으면...
그때였다.
운전석 뒤에서 자고 있던 아저씨가 비명을 지르며 의자에서 굴러 떨어졌다. 등에 마치 뭔가 있는 것처럼 손을 뻗으려 하고 있었다. 그와 동시에 버스가 급정차했다. 뒤에 큰 충격이 있었다. 뒤따르던 리무진이 부딪친 것 같았다.
운전사는 거들먹거리는 동작으로 일어났다.

“운전하거라. 그러면 벌레가 더 이상 네 살을 파먹지 않을 것이다.”

그가 그렇게 말하자, 아저씨는 재빨리 운전석으로 기어가서 운전을 시작했다.
지금까지 운전을 하고 있던 자가 선글라스를 벗으며 걸어왔다. 생각대로다. 어제 골목길에서 여고생을 죽인 살인마였다.
나는 급히 버스 자동문에 달린 비상탈출 레버로 문을 열려했다. 그 순간, 살인마가 달려와 내 어깨를 잡았다. 괴력, 손가락이 살을 파고든다. 비명을 질렀다. 그는 코웃음을 치더니 나를 의자 쪽으로 집어던졌다. 선희를 업고 있었기에 그녀에게 충격이 많이 갔다. 그녀가 콜록콜록 기침을 했다. 그 모습에 잔뜩 화가 난 나는 녀석을 노려보았다.

“용건이 뭐야. 내가 현장을 목격해서? 너도 죽고 나도 죽고, 한번 해보자는 거야?”

그는 비웃듯이 입술 끝을 일그러뜨렸다.
주머니에 담배를 꺼내 꼬나물고서 불을 붙였다. 폐 속 깊이 그 연기를 탐닉했다. 다급함은 전혀 찾아 볼 수 없는 태도. 마치 이 상황을 즐기고 있는 듯 했다.

“설마 취미로 사람을 죽이는 거냐?”

그 말에 그는 큭큭큭하고 웃음을 터뜨리며 회색 연기를 흘렸다.

“후우. 유쾌하군. 너희 남매는 정말 운이 좋아. 이 세상에 특별한 경험도 못해보고 진흙탕의 흙 알갱이처럼 살다죽는 자들이 얼마나 많은가. 또 제련되지 못해보고 땅속에 파묻혀있는 철광석 같은 자가 얼마나 많은가.
나는 신발이나 더럽힐 진흙을 도자기로 구워내는 화덕이요. 무의미한 철광석을 아름다운 칼로 만들도록 전쟁을 부르는 자다.
신의 영광이란 횃불은 언제나 어둠속에서만 의미가 있지. 난 내가 하는 일에 무한한 자긍심을 가지고 있다네.“


그는 마치 평생 모은 재산을 고아원에 기부하는 자선가처럼 깨끗하고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어보였다.
뭐야, 이 녀석.
그게 살인의 이유인가.
그래서 녀석은 싸움을 부르고, 죽이고, 괴롭힌다는 건가.
미친 논리 속에서 혼자 행복한 놈. 기분 나쁘다.

“시간은 충분히 끌었군. 풍기회는 병원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도 정확히 모른 채, 여기에 신경을 쏟고 있겠지. 그동안, 내 ‘세례 받은 자’는 ‘장기말’을 이용해 ‘그 애’를 데리고 도망쳤을 것이다. 이걸로...”

그가 손목시계를 보고 있던 중, 펑! 하는 소리와 함께 차가 기우뚱하더니 멈추었다. 타이어가 터진 것 같다.

“드디어 즐길 때가 되었도다.”

살인마가 기쁜 듯 소리쳤다. 그 순간, 뒤쪽 창문을 깨며 갈색 양주병이 로켓포처럼 날아와 그의 머리에 맞아 터졌다.
보통은 두개골이 깨져 즉사했을 공격.
하지만, 공포영화에 나올 듯이 목이 90도 꺾여있을 뿐이었다. 귀가 어깨에 닿아있다. 만약 어깨가 없었다면 그보다 더 꺾이거나 찢겨져 나갔을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그는 아침 체조하듯 목을 한 바퀴 돌리더니 목뼈를 제자리에 맞추었다. 내 눈 앞에, 지금까지 부정하고 있던 ‘괴물’이 있었다.

괴물은 목을 꺾어 술병이 날아온 방향을 보았다. 림피드 블랜이라 자신을 소개했던 그 애가 한손으로 버스 뒤쪽 창틀을 잡고, 또 한손엔 술병들을 수리검처럼 손가락에 낀채 매달려 있었다. 괴물이 손가락을 튕기자, 운전사가 비명을 지르며 차를 출발시켰다. 펑크 난 차가 달리며 미친 듯 몸을 흔든다.

“Shall we dance?"

괴물이 웃으며 덤벼들려 몸을 기울였다. 림피드는 손에 든 술병을 연이어 던짐으로서 그 동작을 방해했다. 그 주춤한 사이, 버스 안에 뛰어들었다.

“루시이!!”

“림피드으!!”

둘은 오래된 숙적을 본 듯, 증오와 희열을 섞어 외쳤다. 서루에게 달려든다. 순식간에 얼굴이 마주 닿을 거리. 루시가 림피드를 찍어내리기 위해 주먹을 들어올렸다.

-My son, Death.-

그의 팔뚝에서 피부를 찢고, 갑주 같은 껍질을 두른 벌레들이 솟아나왔다. 커다란 바퀴벌레를 닮은 그것들은 주먹을 감싸, 하나의 흑철(黑鐵) 건틀릿이 되었다.
그에 대항해 림피드는 손바닥을 펴 손날을 세웠다. 유령의 옷자락처럼 겹쳐지는 반투명한 은색 검.
루시의 흑색 주먹은 림피드의 뺨을 후려쳤고, 은색 검은 그의 가슴을 할퀴었다. 옷 사이서 피가 뿜어져 나온다. 하지만 큰 데미지는 없는 듯, 표정이 여유로웠다.

주먹에 맞은 림피드는 차 바닥을 부수며 도로로 떨어지는가 싶더니, 새로운 구멍을 만들며 다시 올라왔다. 그녀 쪽이 데미지를 크게 먹었나보다. 일순 비틀거렸다. 게다가 옷과 뺨에 몇 마리 벌레들이 붙어있었다. 그것들이 굶주린 아귀처럼 주변의 것들을 갊아 먹고 있었다. 특히 문제는 뺨에 붙은 녀석. 그녀의 볼살을 씹으며 몸 안으로 들어가려 하고 있었다.
림피드가 그것들을 잡아서 떼어낸다. 살을 물고 늘어지는 그것들을 떼어내는 모습은 굉장히 아파보였지만, 적 앞에서 약한 모습을 보이지 않으려는지, 별 표정을 드러내지 않았다.

“참으로 즐거운 악연이로군요. 레이디.”

“껴져주세요. 마조이스트에 세디스트.”

루시가 다시 그녀에게 달려든다. 이번엔 림피드의 몸에서 검뿐만 아니라, 영혼이 빠져나오듯 은색 갑옷의 기사가 튀어나왔다. 림피드가 검지로 루시의 목을 긋는 시늉을 하자, 기사는 명령대로 검을 휘둘렀다. 하지만 루시는 갑주벌레로 보호된 팔로 간단히 막아버렸다. 단지 쇳조각 찢어지는 소리와 함께, 몇몇 벌레의 갈라진 등짝에서 붉은 체액이 찌익 뿜어져 나왔을 뿐이다.

“이미 죽은 신하를 아직도 부려먹다니, 지독한 여왕이로다.”

루시의 팔에서 폭발하듯 수많은 벌레들이 쏟아져 나왔다. 파도가 되어 기사를 덮어버렸다. 1초도 안 되어 기사의 형상은 허물어졌다. 그 파도는 멈추지 않고 림피드의 몸을 향해 덤벼든다.

“시나!”

그녀가 누군가의 이름을 불렀다. 무언가가 위로부터 버스 앞쪽 창을 부수며 들어와, 요금통 부분을 내리찍었다. 건물의 일부로 보이는 철근 콘크리트 덩어리였다. 달리던 차의 관성과 내리찍는 힘이, 차 앞바퀴를 축으로 한 지레원리로 합쳐졌다. 앞이 눌리며 차 전체가 공중으로 날아올랐다.
으아악, 나 죽는다!

내 외침을 들은 듯, 림피드가 공중에서 금빛 늑대로 변해 천장을 박차고, 우리 남매에게 날아왔다. 벌레가 뒤늦게 허물처럼 남겨진 옷만을 덮쳤다. 날아온 그녀는 내 허리띠를 물고는, 다시 버스 좌석을 박차 창문 밖으로 뛰어올랐다.
하늘을 날던 차에서 한층 더 뛰어오른 상공.
차 쪽에서 은색 기사가 운전사 아저씨를 데리고 탈출하는 게 보였다.

그리고,
날아오른 버스의 낙하예상지점에는 한 여자의 모습이 있었다. 대검을 옆에 박아두고 중국 퇴마사복장을 바람에 휘날리고 있었다. 그녀는 날아온 버스의 머리 부분을 잡더니, 유도기술로 엎어쳐 버렸다. 패대기쳐 떡처럼 된 버스. 여자는 멈추지 않고, 옆에 주차된 승용차까지 들어 올려 버스위에 내리쳤다. 깨진 연료통과 차끼리 부딪히며 일어난 스파크.
폭발했다.

그 주변이 붉은 화염과 검은 안개로 뒤덮였다. 여자가 그 속에서 불을 뒤집어쓰고 뛰쳐나왔다. 몸을 빠르게 한 바퀴 회전시킨다. 그러자 펄럭이는 옷이 마치 불꽃으로 이루어진 나비의 날갯짓처럼 보이는가 싶더니 불씨를 흩날리며 불을 질식시켰다. 바람에 불이 꺼진 양초심지처럼 그녀의 옷에서 연기가 살짝 피어올랐다.
그 때, 타오르는 버스의 잔해를 부수며 루시가 걸어 나왔다. 온 몸이 타오르고 있었다. 몸이 다 찢어지고 부서져 너덜너덜했다. 그런데 오히려 기쁜 듯이 미친 환호성을 지르고 있다. 몸의 상처에선 검은 벌레들이 계속 쏟아져 나오고 있다.

-My daughter. Sin.-

사람으로 돌아온 림피드의 도움을 받아 땅에 착지한 나는 위를 올려다보았다. 눈알 하나달린 백색 원형물체가 하늘을 뒤덮고 있었다. 그건 마치 신화 속 거인 ‘사이클롭스’의 얼굴 같았다. 아니, 코가 있을 자리에 눈이 달린 괴물의 면상 그 자체였다.
밑에서 타오르는 불의 역광을 받아 한층 더 무서워진 괴물, 그 눈알에 붉은 액체가 맺히기 시작했다. 또 그 아래선, 입이 있을 부위가 불거져 나오더니 흰 촉수가 되었다. 저 괴물이 얼굴이라 친다면 자기 팔뚝만큼 굵고 기다란 혀였다. 혀가 땅을 긁으며 눈앞으로 뻗어나가 진득한 피눈물을 받아내었다. 1.5톤 분량. 녀석은 그것을 우리에게 던졌다.
이번에야말로 죽는다! 눈을 질끈 감고 말았다.

쾅! 하는 굉음이 들렸다. 하지만 몸에 아픔은 전혀 느낄 수 없었다. 아플 새도 없이 죽은 건가? 눈을 떠보았다.
눈앞엔 중세의 성벽이 둘러쳐져 있었다. 마치 다른 공간에 있던 건물의 일부를 여기 불러온 것 같았다. 역할을 다한 그 벽이 무너지며 주변광경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스위스 치즈처럼 구멍이 송송 뚫린 주변 도로와 건물들을 보고 소름이 끼쳤다. 클레이모어 폭탄이 터졌어도 저렇게까지 깨끗하게 콘크리트 벽을 뚫고 지나가진 않았을 것이다. 내가 저걸 맞았다면... 고기 조각이나 남았을지 모르겠다.

우릴 지킨 성병이 무너져 다시 공간에 녹아사라지는 타이밍에 맞추어 림피드가 달려 나갔다. 나가며 바닥의 뭔가를 주웠다. 새까맣게 타버린 원형체, 차가 폭발할 때 튕겨져 나온 바퀴 휠이었다. 허리를 잔뜩 뒤튼 림피드, 온 힘을 다해 그 원반을 쏘았다.
살벌하게 공기 찢는 소리를 울리며 날아가는 원반.
하지만 루시는 그것조차 손쉽게 쳐냈다. 쳐냈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러나 그의 목은 잘려, 하늘을 날았다. 림피드는 휠을 집을 때, 휠로 가리며 그 아래 유리 조각도 같이 집었었다. 뒤에 있는 나만 볼 수 있었다. 존재감 있는 검은 휠에만 신경 쓰고 있는 동안, 같이 던진 투명한 유리가 목을 자른 것이다.
루시의 머리 잃은 신체가 양손을 휘저으며 걸음을 옮긴다. 솟구치고 있는 피분수가 주변을 붉게 적신다. 그에 검은 벌레들이 주인의 원수를 갚겠다는 듯, 일제히 우리에게 덤벼들었다.

“하아아아아아압!!!!”

퇴마사복장의 여자가 기합을 내지르며 아스팔트 바닥을 때렸다. 땅이 부서지며 벌레들의 움직임이 멈추었다.

“뛰어요!”

림피드가 외쳤다.

“저 사람은?”

“제 친구는 싸움에 익숙하니까 괜찮아요. 그리고 지금 그녀는 우릴 도망치게 해주려고 남아있는 거예요. 루시가 부활하기 전에 어서!”

“아직도 죽은 게 아니란 말야?”

우린 꽁지가 빠지게 뛰었다.
링크
아름빌라 우와 . ! ㅋ 잼있어요 소설을 별로 읽진 않는데

이소설 자꾸 눈에 쏙쏙들어오네요 ㅎㅎ ;

잼있는 소설 감사합니다 ! ; 소설가 하시는게 어떄요 ? ㅎ

11-08-24 10:01
sinyagun 아직은 고민중이랍니다. 소설도 좋지만, 제가 쓰는 소설은 아무래도 전투씬이 많거든요.또 트릭도 있는데, 소설로는 사람들 머리가 아파지거나 기억을 못하게 되는 경우가 있어요.&#160;그래서 만화 시나리오작가를 하는 게 더 좋겠다.... 라는 생각도 들고요. 그 외에도 여러가지로.... 뭐. 그런 나이니까요.
하여간 말씀 감사해요. ^^ 그저 저는 즐겁게 봐주시면 기쁘답니다.

11-08-24 10:07
네오 이번화도 매우 좋네요
박진감 넘치는 전투신을 만화로 표현하면 더 재미있을것 같은데
그간 못본것들 보러 뒤로 쭉 읽으러 갑니다 ㅎㅎ

11-08-27 11:33
sinyagun 저도 만화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정말로.
계속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11-08-27 2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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