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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부대있을때 썼던 소설 [신퇴마전기 ~Templers~] -1/3글쓴이크리
날짜 11-04-06 00:56조회1971
또 그 녀석 신발이 구석에 놓여져 있었다.
그리고 언제나처럼 매일아침 현관엔 그 녀석 신발밖에 없었다.

"또 2등인건가.."
옷을 갈아입고 연습용 보구를 손에 맞는 걸로 골라 교훈장으로 향한다.

..현관에서부터 오면서 생각 한 건데, 신발이면 신발, 옷장이면 옷장,
심지어 쓰는 보구까지. 죄다 구석에 것만 골라 쓰고 있다. 그 녀석.

이런 자잘한 걸로 신경쓰고 싶진않지만, 지금까지 많은 도지훈련생들을
봐왔지만. 독특하다. 사실 그녀석이 쓰는 구석 자리라는 게 입구에서부터
꽤 멀리 떨어져 있다. 특히 우리 교훈장은 도지생들이 많기 때문에 놓을
자리도 많고 리모델링도 계속해서 쓰기 편하도록 지어 시설도 동선에 알맞다.
그런데 그냥 입구에서 가까운 그 앞에 떡하니 놔두면 될 것 들을, 굳이 그
많은 놓을자리들을 제치고 구석까지 가서 놓는 이유를. 나는 그저 독특하다고
생각하는 것에서 그치자니 뭔가 아쉬움이 남는다. 나중에 물어볼까..관두자.

교훈장에 들어서는 순간,
"어, 안녕하세요! 유선배님!"
아침에 듣기에는 조금 과한 감이 없지 않은 성량.
여자의 성대특유에서 나는 높은 톤이 더 그렇게 들리게 하는지도 모르겠다.
흐르는 땀을 닦는 그 녀석. 469기 도지훈련생. 이름은 공지우. 열심히 사는 녀석이다.

"열심히 하는구나. 오늘도 1등이네."

"에헤헤.. 선인승급시험, 얼마 안 남았잖아요."
도지들에게 선인으로 승급한다는 의미는 이제 자신은 퇴마사계에 관계된 인물이며, 무슨일을 하든 우리 쪽에서 이름이 호명되고 기록으로 남을 뿐 아니라 경력을 쌓으면 정식 퇴마사단체에 소속될 수 있는 필요충분조건을 갖춘 일원이 된다는 뜻이다.

아는 지인의 도움을 받아 이쪽계열에 관계된 일인지도 모르고 쓰여지다가, 유사시에 기억을 삭제당하는 도지들과는 다른 것이다. 퇴마사에 관련된 모든 기억일체를 삭제당한 도지들은 원래 백성의 상태로 돌아가 평범한 일상을 보내게 된다. 그래서 도지들 중 정말 이 일에 종사하고 싶고 더 깊이 관여해 일원이 되고 싶은 자들은 능력을 검증받아 선인으로 승급한다.

.
.
"타앙-!""빠악!""탁-퉁-빠악"
"탕-!" "빡!" "탕-툭-빡"
교훈장엔 오로지 목인(木人)두들기는 소리만이 가득 차 둘을 지켜보고 있었다.
.
.
"타앙-" "탁 , 퉁" "타앙-" "탁 , 퉁" "타앙-" "탁 , 퉁"
.
"타앙-"          "타앙-"          "타앙-"          "타앙-"
.
.
한참을 연습에 집중하고 있는데 어느샌가 같이 들리던 소음이 잠잠해졌다.
쉬러 간 건가하고 계속 연습에 몰두한다.
"타앙-" "타앙-" "타앙-" "타앙-" ..
"타앙-""타앙-"..가만, 정수기와 화장실은 내 옆에 있는데?

"저기.." 뒤를 돌아보았다.
조심스럽게 웃음을 지어보이는 지우가 두 손을 가지런히 모으고 내 눈치를 보고 있다.
이 녀석, 대체 얼마나 오랫동안 여기 있었던 거야.

"저, 승급시험 대비해서 선배님이 좀 봐주시면.. 안될까해서요. 그러니까.
제가 어디가 부족한건가..그걸 선배님이시라면 잘 보실 것 같아서."

요점은 상대가 되달라는 건가. 뭐, 나쁠 것도 없겠다 싶어 그러자고 했다.
"네?!..아,네!! 감사해요! 저 그럼 준비해서 오겠습니다!"
어깨 힘이 잔뜩 들어 간 게 보인다. 그런데 그녀석이 돌아선 순간,
도복 뒤에 흥건히 묻어있는 땀들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너, 아침인데 벌써부터 그렇게 땀 빼서 괜찮겠냐."
"아.. 읏, 괘 괜찮아요 선배, 갈아입을 옷 꼭 챙겨다니거든요. 헤헤."

저런 걸 아마 노력가라고 하지않나. 싶다.

각자 물리방어용 법술이 걸린 연습용보패를 몸에 차고 자세를 잡는다.
서로 마주선다.
어디, 좀 볼까. 선 자세는 그리 나쁘지 않다. 하지만 너무 유동성이 보이지 않는다. 저런 자세는 움직이는 표적이나 사람과의 대련보다 가만히 서있는 표적을 상대로 연습을 많이 한 도지생들 사이에서 자주 보이는 자세다. 실전에서 상대에게 경직되어 있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전체적인 서있는 균형같은 걸로 봤을 때 안정적이다.

"시작"

일단 녀석의 감을 보기위해서 근접전보다 도움닫기를 활용한 대(大)점프로 공간차지를 시도했다. 계속해서 점프로 치고 빠지기를 시도해 적어도 내 뒤 쪽에 있는 공간은 다 내 차지가 되었다. 이제 저 녀석 공간을 차지할 차례다. 내가 공간 차지를 하는 동안 녀석은 내가 언제 들어올지 만을 기다리면서 침착하게 대응한다. 좋은 반응이다. 도지생치고는.

대체로 도지생을 상대로 공간차지를 시도하면 반은 기습을 걱정하면서 내가 하지도 않은 도발에 걸려 패닉에 빠지기 일수다. 녀석은 내가 아직은 본론으로 넘어가지 않을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반면에 이런 플레이는 위험하다. 적이 공간차지를 시도하면 끈질기게 견제하거나 아니면 자신도 공간차지를 시도하면서 자기공간을 만들어 나가는 것이 현명하다. 헌데 이 녀석, 공격이나 견제보단 처음부터 내가 들어오면 대응할 생각부터 하고 있다.
..이 녀석한테 반격기가 있었던가? 반격기가 많은 얘들은 우리 교훈장에서 몇 명 못봤는데..

"흠!!" "-읏!" "빠-아--악!"
첫타다. 공중에 날아올라 그대로 아래로 내려찍는 발.
침착하게 막아냈다기 보단 내가 이럴줄 알고 눈으로 보고 막는 듯.

"반백!!" 어깨를 있는 힘껏 휘두르더니 팔에서 기탄이 뭉쳐 날아온다. 뒤로 점프하는 나를 추격해오는 기탄. 나름대로, 자기기탄의 쓰임새를 알고 있다. 근데 늦다. 막기보단 보고피해도 충분한 간격이 비어버렸다. 다시 접근했다. 뒤로 급하게 회피하더니 다시,
"반백!!" 기합은 이미 선인 급이다.
또 가볍게 피하고 상대를 잡을 수 있는 영(領:옷깃)거리 안에 들어왔다. 이런.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다. 또 그걸 애써 들키지 않으려고 하는 노력도.
잡았다. 싶었는데 웬걸, 내 팔을 비틀어 풀었다. 거의 본능에 가까운 움직임. 평소에 이런 잡기풀기는 사람과 대련을 많이 한 녀석들도 힘들어하는데..아무튼 이 녀석, 지금 엄청 집중하고 있다는 건 알 것 같다. 자기능력이상으로 날 상대하고 있다.

몇 번의 공략 후, 내가 알게 된 건. 마치 이 녀석을 상대하고 있자니 내가 상대해야 할 상대는 따로 있고 이 녀석은 시간끌기용으로 나와 싸우고 있는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렇다고 내 움직임을 묶어 놓거나 내가 이 녀석과 싸우지 않을 수 없게 만드는 것 같지도 않다. 이게 실전이라면 난 언제든지 이 녀석을 떼어놓고 내 볼일을 보러갈 수 있을테니까.

그래, 딱 상대가 없는데 상대하고 있는 듯한 느낌.
도대체 딱히 기술이 기탄하나 밖에 없는 건지 원거리에선 기탄 퍼붓기에 가까이 가면 잡기풀기, 근거리면 도망다니다 또 원거리 상황이 되면 기탄. 본 공격은 대체 언제 시작할거냐?

"좋아, 여기까지."
"하악, 하악, 하악, 학...아.. 네에."
분명 내가 처음에 했던 말보다 후에 분위기를 보고 대련이 끝난 줄 알았을거다. 저 반응은.
정신 없구나. 지금 저 녀석.

"우선은.."
난 말의 첫 운을 떼고나서 이 녀석에게 어떻게 단점을 잘 지적해줄까 보단 필사적으로 '어떻게 해야 내가 지금 짜증나 있다는 걸 이 녀석에게 들키지 않고 말해줄 수 있을까'를 생각했던 것 같다. 기대 반 흥분 반에 약간의 분함? 아쉬움? 이 뒤섞인 표정으로 날 보고 있다.
.
.
어떻게 보면 원래 눈이 큰 녀석이라 동그랗게 뜨고 애처롭게 보는 눈빛이 강아지같기도..
.
.. 내가 연습을 많이 하더니 드디어 미쳤나 보다.

"음.. 우선 상대를 이길 생각을 먼저하고 싸워봐. 사람이랑 대련도 많이하고."
"네.."
"승급시험 마지막이 선인과의 대련인데 심리전에 소홀하면 곤란하잖아."
"네에."
"그리고 기술이 기탄말고 더 네가 개발해둔 거.. 있어?"
"네."

읏, 대답이 점점 짧아지고 있어. 상처받았나?

"다 좋아. 전체적으로 서있는 자세도 그렇고 초반에 침착하게 대응한 것도 괜찮았어. 다 좋은데, 사람은 언제나 히든카드를 가지고 있는 게 좋아. 초반이든 중반이든. 알았지?"

"네에..." 제발 왕방울만한 눈으로 그렇게 쳐다보지 좀 말아줘. 괴롭다. 안 그래도 조용히 열심히 하는 얘한테 괜히 선배라 치고 여기저기 아픈 곳만 들쑤신 것 같아 미안한 마음이.. 흐음..내 법술사부가 예전에 했던 말이 생각난다.

'너의 말은 남을 상처입히는 능력이 있어.'
'전 그거 있는 그대로 알려줬습니다.'
'사람은 있는 그대로 살 수 없을 때도 있어. 괴롭지만 말야.'
'전 이해 못하겠습니다.'

.
.
그땐 왜 그렇게 까칠하게 살았는지 몰라도 지금은 조금 이해할 것 같았다. 근데 그때의 내 버릇이 아직까지 남아서 이런 건 아닌가싶어 괜히 뜨끔했다. 아~아. 그냥 잘 될 것 같다고 열심히 하라고 하고 내 연습이나 할 걸 그랬나. 후회막급이다. 좋은선배 실격이군.

"너.. 많이 아파?"
"아뇨, 죄송해요."
죄송해?

"선배님께 이런 모습이나 보이고.. 정말 죄송해요."
뭔가 내가 생각한 것에서 한참 빗나간 듯한 대답.

"아니, 나한테 죄송할 게 뭐있어. 괜찮아."
"네에."
"그.. 조금만 더 하면 될거야. 나쁘지 않았어."
"그럴까요."
"어, 괜찮아. 꽤. 많이."
"에..예에."
"아 진짜 괜찮다니까, 교훈장에 너보다 안 되는 얘들도 많아. 너 붙어."
"네에?! 붙을까요? 승급시험?"
"아 정말이라니까. 붙어붙어."
"와아..저 진짜 열심히 해볼게요!"
"어, 그래. 그래, 열심히 해."
"네에!!!"

어느새 나는 그 녀석을 달래느라 안달이 나있었다. 그랬던 것 같다.
교훈장에 안되는 얘들이 많다니.. 선임사범들 얼굴에 먹칠을 하는구나 먹칠을..
사범이 할 소리냐.
링크
네오 크리님은, 이쪽 재능이 더 뛰어난 거 아녜요?
혹시 실제로 무예를 수련하신 적이 있으신것 아닐까 싶을정도로 1대1 대전에서의 상황을 잘 묘사했네요

수라의문 시리즈를 아주 좋아했는데,
일반인은 잘 모를 무도인의 세계를 특색있게 표현하는게 좋습니다.

흔히 무예쪽 스토리를 보면
기합소리나 기술명, 격투 상황에 대한 묘사로
이게 시나리오를 보는건지 기합소리 모음집을 보는건지 혼란스러울때가 있는데
적절한 흐름과 전개가 좋았습니다.

그리고 사람 사이의 관계 표현이라던지 감정 표현,
고수가 하수를 볼때의 실력의 차이에서 나오는 이해가 아주 실감나네요

뒷편도 읽으러 갑니다 ^^

11-04-06 0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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