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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창작소설]죽은 음양과 소원을 걷는 자. 1화-1글쓴이sinyagun
날짜 11-08-22 08:27조회1945

오빠, 미안해. 난 더러워져 버렸어. 썩은 진흙 구덩이에서 괴물이 되어버렸어.
오빠, 어두워. 무섭고 외로워. 이런 곳에서 홀로 사람을 잡아먹고 있는 내가 너무나도 싫어.
그러니까 지금 오빠를 만나러 갈게. 오빠가 와주지 않았으니 내가 손을 내밀게. 잡아당길게. 이 검은 구덩이에서 나와 함께 뒹굴어줘.


1화.

오늘 하루는 이미 많은 일을 한 것 같은 데, 난 또 새하얀 병실에서 자고 있었다. 옆을 보니 여동생 선희 역시 또 내 팔을 붙잡고 자고 있었다.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머리가 아프다. 우리가 왜 여기서 자고 있지?
병원. 병실. 침대. 데자뷰가 일었다. 방금 전에도 똑같은 상황에 있었던 듯한... 그러나 깨어나기 직전까지의 상황하고 현재가 연결되질 않았다. 자동차 폭발. 앞이 사실이라면 현재는 있을 수 없는 상황.
내 머리가 이상해졌나?
3곱하기 7은 21. 9 나누기 3은 3. 내 이름은 이 선진. 18세 남성.
오케이. 머리에 이상은 없다.

창밖을 보니 주황빛 노을이 쏟아지고 있었다.
벌써 저녁인가? 주변을 둘러보았다. 5인 병실인데 아무도 없었다. 무슨 일이 있었나? 모두 몸 어딘가가 부러진 사람들이라 잘 돌아다니지 않을 터였다.
그러고 보니,
내 몸을 살펴보았다. 지극히 정상이었다.
어째서? 말도 안 된다.
자동차 폭발은 꿈이라 쳐도 그 이전에 난 병자로서 이 병실에 들어왔다. 어젯밤 일로 뼈에 금이 가고 난리가 아니었다. 그런데 지금은 상처 하나 없다. 잠에서 깨어나니 세상이 알 수 없게 변해있었다.
조금 불안을 느끼며 조용한 병실에서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가보았다.
밖은 굉장히 떠들썩했다. 병실에서 사람들이 나와 어디로 가고 있었다. 너스 스테이션에서는 ‘이게 어떻게 된 일이냐.’라며 따지는 환자 가족들로 넘쳐났다. 뭔가 사고가 터진 모양이었다. 복도를 보니 사정을 아는 듯, 심각한 얼굴로 걸어가는 누나가 있었다. 같이 걸으며 무슨 일인지 물어보았다.

“그게 말이지. 방금 사람이 죽었어.”

“네?”

“그것도 중환자실에서 100명씩이나 말이지.”

“테러라도 있었나요?”

“글쎄? 치료에 쓰던 액화질소 밸브가 열려있었다니까 사고일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어. 어쨌든 곧 기자들이 몰려올 거야. 험한 꼴 당하기 전에 어서 도망가야지.”

“...뭐랄까. 너무 일이 커서 와 닿질 않네요.”

“그럼 이건 와 닿을까? 사실 이 사고 전에는 지하 주차장에서 자동차 폭발사고도 있었어. 뭔가 불길해. 여기. 저주받았나봐.”

그거야 확실히 와 닿는다. 왜냐면 내 착각이 아니라면 그 차에 타고 있었던 사람 중 하나가 나이기 때문이다. 역시 꿈이 아니었나? 아니, 자다가 폭발음을 듣고 그런 꿈을 꾼 것이라 생각하는 것이 더 정상적인 생각일 것이다.

“표정이 왜 그러니? 뭔가 아는 거 있니?”

누나는 소문을 좋아하는 사람이었는듯, 호기심에 찬 얼굴로 물어보았다.

“아뇨. 그보다 말씀 감사했습니다.”

길게 잡혀버리기 전에 인사하고 도망쳐 나왔다.
이 병원은 이상하다. 헬게이트라도 열려서 어느 호러 게임의 무대처럼 되어버릴 기세다. 이미 수많은 사람들이 죽었다. 그런데 우리 남매는 오히려 살아났다.
나뿐만 아니라 여동생도 어젯밤 한번 죽었었다. 확실하진 않다. 심장소리가 멈춘 것 같긴 했지만... 내가 의사가 아니니 확언은 할 수 없다. 아마 내가 잘 못 안 것일 것이다. 그 증거로 그녀는 지금 내 침대에서 쿨쿨 잘만 자고 있지 않은가.
그러니 나도 마찬가지 이다. 뭔가 착각을 하고 있는 거다. 이 요상한 병원 탓이다. 의료사고도 일어난 곳이다. 뭔가 약을 잘 못 줘서 내 머리 속이 뒤죽박죽이 된 것일 것이다.
이 문제에 대해서는 나중에 따지기로 하고 일단 선희를 데리고 나가기로 했다. 곧 싸움터가 될 곳에 남아 있으면 골치가 아프다.

“야. 일어나!”

동생의 몸을 흔들며 소리쳐봤다. 하지만 신음만 흘릴 뿐 일어나지 않는다. 마치 몸 안의 기운이 완전히 빠져나가서 일어나고 싶어도 일어나지 못하는 것 같았다. 게다가 조금 열도 있는 것 같다.
왠지 모를 불안감이 스쳤다. 걱정되어 격렬하게 흔들어보았다.

“야! 야! 일어나 보라니까!”

“우웅~. 오빠. 나 자게 좀 놔줘~.”

선희가 잠꼬대 비스무리하게 말했다. 이 녀석. 심장에 안 좋은 짓 하기는, 안 일어나니까 놀랐잖아. 하여간 다행이다. 보기보단 괜찮은 것 같다. 아니, 여러 일이 있다 보니 내 신경이 너무 예민해져있는 것 일뿐 인지도 모른다. 침착하자.
심호흡, 하나, 둘, 셋.
일단 선희를 등에 업고 병원을 나오기로 했다.





병원 앞에는 큰 찻길이 나있고, 좌우로 상점들이 늘어서 있었다. 오른 쪽으로 조금 가면 버스 정류장이 있다. 버스를 타고 살던 곳으로 가면, 아는 사람들에게 신세 질 수는 있을 것이다. 나와 여동생이 살던 옥탑방이나 부모가 있는 본가는 못 간다. 어제의 괴한들이 다시 덮쳐올 수도 있다.
앞이 깜깜해져 왔다.
한숨만 나왔다.
그때, 도로 쪽에서 예상치 못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야호. 거기 여자애를 납치범처럼 업은 칙칙한 분. 여기 좀 와보라능야요~.}

귀여운 여자애 목소리였다. 하지만 술주정뱅이 아저씨처럼 발음도 꼬여있고, 어디선가 확성기를 이용해 소리치고 있었다.
어느 야채 장수집 딸이 몰래 아빠 약주 훔쳐 마시고 나와서 행패부리고 있나?
소리 나는 방향을 보았다.
도로 위에 검은 리무진이 있었다.
창문까지 새까맣게 선팅된 차는 빛을 차단하여 안에 누가 있는지 모르게 되어있었다. 유명인사 전용차량이란 느낌이었다. 그런 차의 약간 열린 창문에 확성기가 빼꼼 내밀어져 있었다.
리무진에 탈만한 사람이(특히 어린애가) 날 부르진 않겠지. 만에 하나, 날 부르는 것이라도 쪽팔려서 상종하기 싫었다. 무시하기로 했다.

{우왕, 우왕, 무시하지 말라능야~. 삐질꼬얌.}

내가 가는 길을, 임금님 행렬처럼 기다란 차가 졸졸졸 따라오며 씨끄러운 소리를 냈다.
계속 무시했다.

{우씽. 엉덩이 떼찌 할거야!}

그렇게 말하더니 차머리로 내 엉덩이를 박아대기 시작했다. 엉덩이에 닿을 때마다 확성기로 떼찌! 떼찌! 하고 소리를 냈다. 그게 질려가자

 {우리 그이는 세침데기~ 러브러브 러브리~ 잇힝☆}

하는 음도 박자도 엉망진창인 노래를 불러댔다.
주변 사람들이 모두 우릴 보며 수군대고 있다. 부끄러움으로 얼굴이 새빨개지는 것을 느꼈다. 그래, 네가 이겼다. 가주마. 도대체 어떤 놈이 이러나 낯짝 좀 봐야겠다. 리무진으로 성큼성큼 걸어가 뒷문을 열어젖혔다.
처음에 보인 건 차안에 활짝 펼쳐진 검은 양산이었다.

“아. 햇빛 안 드네.”

민폐의 주인공은 그런 말을 하고 양산을 거두었다. 검은 장막이 걷히고 보이는 차안. 술병과 안주들이 어지럽게 뒤엉켜있는 작은 주지육림 속, 금발을 반짝이는 귀여운 외국 아가씨가 술로 뺨을 붉힌 채 앉아있었다.
잠깐, 이 술과 안주의 쓰레기장 사이에 자라난 버섯 같은 놈은 뭐지? 일단 보기엔 12살내외다. 지금은 술 냄새를 풍기고 맛 간 해파리처럼 흐느적거리고 있지만, 일단 똑바로 세워놓으면 꽤 예쁠터였다. 안타깝다.

그녀는 체크무늬 리본이 달린 빵모자를 눌러쓰고, 영국 사립학교풍 정장교복 같은 걸 입고 있었다. 언뜻 진짜 교복인가 싶었지만, 가슴에 학교문장이나 표시도 없었고, 밍크코트에서나 볼 수 있는 고급털이 소매 끝이나 스커트 자락 등에 붙어있는 걸로 보아 그렇지도 않은 듯 했다.
라고 생각했지만...
왼팔에 붉은 완장이 하나 달려있었다.

-풍기 회장-

음... 풍기 회장이라... 풍기 회장. 어이, 너! 학교 풍기회장이면서 초저녁부터 술 먹고 헤롱대고 있었던 거냐!
이 외국인 꼬마는 인류의 도덕관념 따위는 태어나면서부터 초월한 정신머리를 소지하신 듯 했다. 그런 분께서 뭔가 말하려는 듯, 가슴에 손을 얹었다.

“엣헴. 내 이름은 림피드 블랜. 올바른 언데드 생활위원회의 풍기 회장되시는 몸이라능야. 긴히 할 말이 있으니, 어서 차에 타라능야.”

그녀는 자리를 비키더니, ‘여기 여기’하고 자기 옆 바닥을 때렸다.
거기는 병에서 흘러나온 술과 과자부스러기가 범벅되어 매우 찜찜한 상태였다.
타고 싶지 않다.
무엇보다,
알지도 못하고 수상쩍기 그지없는 술버섯 꼬맹이의 말을 들을 필요가 있을까? 올바른 언데드 생활위원회? 그건 뭐하는 초딩 동아리냐. 오늘을 빨리 아는 사람 집을 돌아다니며 한동안 묵을 수 있는 지 알아봐야한다. 밤까지 해내지 못하면 몸도 안 좋은 여동생을 데리고 한 겨울에 노숙하게 될지도 모른다.
그냥 리무진의 문을 닫아버리고 버스정류장으로 걸음을 옮겼다.

"@*$&@(@^*&!^!!!!"

차 안에서 괴성이 들렸다. ‘말 안 들으면 후회할 거 라능야!’라는 외침도 들렸다. 누가 바이킹의 후손 아니랄까봐 협박도 잘 한다.
버스 정류장에 도착하니 기다렸다는 듯 버스가 왔다. 도망치듯 거기에 탔다.
그렇다. 도망치듯이었다. 솔직히 두려웠다. 올바른 언데드 생활위원회에서 왔다는 그녀에게 듣고 싶지 않았던 말을 들을 것 같아서.
이상한 일이 분명 일어나고 있는데, 외면하고 있다고 지적하는 말.
우리 남매가 더 이상 인간이 아닌 괴물이라는 말.
그런 말을 들을 것 같았다.
우리가 도망쳐온 버스의 안은 휑했다. 타고 있는 사람은 선글라스를 낀 30대 중반정도의 운전사와 그 뒷좌석에서 자고 있는 나이든 아저씨뿐이었다. 먼저 선희를 업은 내가 탔다. 묘하게 낯익은 운전사가 어디까지 가냐고 물었다. 다섯 정거장 간다고 했더니 타라는 손짓을 했다. 그 뒤에 아주머니 한 분이 타려고 했다. 어디까지 가냐고 물으니 일곱 정거장이라고 했다. 버스 기사는 요금통 앞에 붙여놓은 안내판을 가리켰다. 거긴 ‘오늘 회사사정으로 일부구간은 운행하지 않습니다.’라고 쓰여 있었다. 아주머니는 내리게 되어, 승객은 잠자는 아저씨와 우리 남매뿐이게 되었다.
차가 출발했다.

선희를 뒤쪽 2인 좌석에 앉히고 맨 뒤로 가보았다. 창문으로 보니 역시나 그 리무진이 따라오고 있었다. 올바른 언데드 생활위원회에서 왔다는 그녀는 우리가 언데드라는 확신을 가지고 있는 걸까? 웃기는 소리. 세상에 뱀파이어니 좀비니 하는 괴물이 어디 있는가. 그런 거 어린애 망상이다.
일단 선희가 있는 좌석 옆으로 돌아왔다.

“음냐. ...오빠, 앞으로 헤어지지 말고 계속 같이 살자...”

동생의 잠꼬대.
그걸 듣자, 동생이 아직 건강했던 어제 아침의 일이 떠올랐다.

링크
sinyagun 코믹GT로 팬텀 프린세스를 보기 시작했는데, 재밌더군요. ^^ 뭔가 제 취향.
레나였나. 검은 공주님. 레나님의 일기쓰기 화법이 참으로 마음에 들더라고요. ㅎㅎㅎ
하지만, 검은 공주님은 빈유여야한다는 1인.
뭐. 히나가 있으니 크게 상관은 안하지만요! ㅎㅎㅎ

11-08-22 08:28
네오 ㅎㅎ 검은 공주님은 흰 공주님에 비하면 빈유. 이거면 되나요?

그보다 이거 글 직접 쓰신건가요?
일러스트는요?

일반 초보자의 솜씨가 아닌데 정체가 궁금해집니다. ^^

11-08-22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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