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밤, 내 이불 속에 뭔가가 꼼지락 거렸다.
여동생이 중학생이 되어서 한 동안 뜸하더니 다시 장난질을 시작한 듯하다.
흐음~
이불의 굴곡으로 녀석의 머리라고 판단되는 지점에, 내 두 주먹을 그 머리굴곡의 양 극점에 대고 지그시 누른다. 지그시 내부로 압력을 가하며 회전시킨다.
이녀석!! 요녀석!!
이녀석. 요녀석. 역시 발버둥 친다. 이 모습, 나는 참을 수가 없다.
여, 역시... 사... 사랑스럽잖아아아아!!!!!!
이불채로 마구 껴안아 볼을 비빈다. 보너스로 녀석의 두 겨드랑이에 양 엄지로 각각의
핀포인트를 강력하게 누른다.
아아, 뭐라고 신음... 아니, 비명을 지르지만, 초가을로 접어들어 내 이불은 꽤 두껍다.
이불 속에 가두어진 소리는 작은 진동을 일으킨다. 버둥거리는 움직임에 따라 녀석의 골격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그래, 이것이 여체... 아니, 내 여동생이다. 내 여동...
근데, 너... 성장했니?
미묘하게 골격이 다르다. 뼈가 굵어졌다. 접골사가 아니어도 알 수 있다. 아니, 여러사람의 뼈를 만지는 접골사보다 나는 오로지 동생만의 뼈를 만져왔으니까 내가 더 잘 안다고 확신할 수 있다.
적어도 내 여동생만큼은 나보다 잘 알 수 없을 것이라고 단언할 수 있다.
성장기라는 건가. 어쩐지 섭섭하다.
딸을 시집보낼때의 아버지의 기분이란 게 이런 건가... 서운한 마음에 나는 더욱 강력하게 녀석의 숨통을 조인다.
절대 그 동안의 공백이 서운해서가 아니다.
여동생이 변해서가 아니다.
고등학생 남자의 밤은 언제나 길고 외로운 것이다...
아아, 이제 여동생은 언제고 나를 떠날 수도 있다는 잔혹하고 쓰린 예감에 나는 더더욱 강력하고
강력하게 놈의 숨통을...
푸욱!
뭐... 뭐지...?
소리는 귀로 들리지 않았다. 내 가슴이 느낀 통증에 의성어를 즉석으로 덧씌워 보았다.
그리고 나는 의성어가 덧씌워진, 통증이 덧 씌워진 가슴을 내려다 보았다.
그곳에는 있었다. 이불을 뚫고 나와 있었다. 뾰족하고 완곡한 곡선을 가진 검정.
그 검정의 두꺼운 곡선은 이불을 뚫고 어느샌가 내 가슴, 정확하게는 심장부근에 링크되어 있었다. 나는 생각했다. 간절히 생각했다.
정말 그 검정의 곡선이 나의 심장과 이어져 있지 않기를...
고통은 별개였다. 단 5초간은...
으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악의 권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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