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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소녀망상 이미지네이터 ~사계편~ 봄(1/3)글쓴이Sourjelly
날짜 11-04-15 04:37조회1849
Chapter 1. 봄, 소년은 소녀를 만나다_Entering a new world

때는 4월. 모란고교의 뒷산이 분홍색으로 물드는 아름다운 시기다. 중학교 시절부터 꽃놀이 하면 모란고교 뒷산을 올라왔던 승준으로서는 그다지 새롭다 할 것이 없는 시기지만, 그래도 볼 때 마다 감탄하게 되는 것이 바로 벚꽃의 개화(開花). 내일 모레라도 낙화(落花) 할 것 같은 모습을 보고 있으면 그 누구라도 당장 꽃놀이를 나가고 싶은 마음에 조바심을 태울 것이다. 하지만 이 화창하고 아름다운 봄날과는 무관하게 그다지 유쾌하지 못한 표정으로 땅을 보고 걷는 한 소년과, 그 주위를 뱅글뱅글 도는 에너자이저 같은 소녀가 있다.

“쭈나, 쭈나.”
“………….”

아침부터 좋은 일이 있는 것인지, 방실방실 웃는 얼굴로 쉴 새 없이 승준의 주변을 맴도는 승희. 흰색바탕의 새하얀 원피스에 군데군데 분홍색과 검붉은 색의 강조가 들어가 있는 화사한 모란고교의 교복이 발랄한 그녀의 모습을 한층 돋보이게 했다.



“쭈나~ 쭈나아~?”

파리처럼 앵앵 거리며 자신의 주위를 빙빙 도는 승희 덕분에 결국 참지 못한 승준이 버럭 성질을 냈다.

“왜 불러? 그리고 쭈나라고 부르지 말라니까?”
“동아리 말이야~동아리 가입은 했어?”

승준이 성질을 내던 말든 신경 쓰지 않고 동아리이야기를 끄집어내는 승희. 그런 그녀를 보며 분을 참지 못하고 머리만 벅벅 긁던 승준은 금세 침울해졌다. 아직까지도 가입할 동아리를 정하지 못한 탓이었다.

“그 이야기는 다음으로 미루면 안 될까?”
“어제 말한 망상체 연구부라도 다니지 그래? 재밌어 보이는데.”
“그거야 네 입장에서 그런 거고. 그 으스스한 곳을 어떻게 들어 가냐?”

지난 밤 승준이 찾아간 그곳, ‘망상체 연구부’. 도서실 가운데 문을 통해 이어진 그곳에서 만난 선배와 부실은 말 그대로 기괴한 것들이었다. 상상만 해도 양 팔에 닭살이 오톨도톨하게 돋는 것을 느낀 승준이 비지땀을 흘리며 말했다.

“역시 그쪽은 사양할래.”

이래나 저래나 결국 승준은 자신이 가입할만한 동아리를 찾지 못했다. 하긴, 동아리 가입을 시작하는 때가 3월 중순이었으니 지금까지 가입을 못한 이들은 대부분 어디에도 끼지 못하는 어중간한 녀석들이거나 가입서도 내밀지 못하는 소심한 녀석들, 즉 야간자습이라는 나락으로 떨어질 만한 녀석들이다. 승준도 포함해서 말이다.

“아- 나, 어디 가입할만한 곳도 없고….”

진즉에 아무데나 입부희망서를 내밀 것을 왜 그랬을까. 승준은 그렇게 뒤늦게 후회했지만 이미 지나간 버스다.

-드르륵!!

교실 문을 열고 들어온 승준은 자신의 자리로 걸어가 책상의 가방 고리에 가방을 걸었다. 교실에서 가장 구석진 자리에 있는 그의 책상은 그저 앉아있는 것만으로도 반 전체가 훤히 보이는 가장 뒷자리였다.
승준은 자신의 자리에 앉아 멍하니 주변을 둘러봤다. 평소보다 조금 일찍 등교한 승준의 교실에는 열 명이 조금 더 되는 수의 아이들이 있었다. 서 너 줄 앞 책상에는 여자아이들이 옹기종기모여 떠들고 있다. 승준이 앉은 창가의 반대편이자 교실 뒷문에 가장 가까운 자리에는, 승준과 똑같은 교복차림이지만 자신만의 세계에 빠져있는 종후도 있다.

“야, 야, 누구 저기 있는 남자애랑 이야기해본 사람?”

승준의 바로 앞자리에서 옹기종기 모여앉아 수다를 떠는 서너 명의 여자아이들이 외딴 섬에 홀로 고립되어있는 조난자 같은 느낌의 종후를 보며 수군덕댄다.

“첫 날 자기소개 할 때…종후라고 했지 아마? 누가 한번 말 좀 걸어봐?”
“어흐~ 싫다~!! 쟤 혼잣말로 막 중얼중얼 거리기도 하고, 이상하단 말이야.”
‘확실히 이상한 녀석이기는 하지.’

여자아이들의 수다를 본의 아니게 엿들으며 고개를 끄덕이는 승준.
사실 종후는 승준이 보기에도 어딘가 나사가 빠진 녀석이었다. 종후는 어디를 가든지 항상 샤프연필을 손에 쥐고 돌아다니고, 점심시간이 되면 복도에서 샤프연필을 거꾸로 쥐고는 칼싸움을 하는 시늉을 하는 둥, 승준이 사는 세계와는 조금 다른 세계를 걷고 있는 것이 아닐까, 의심하게 만들었으니까.

‘역시 교내에서는 저 녀석과 붙어 다니지 않는 게 좋겠어.’

종후와 가장 먼저 접촉한 덕분에 누구보다 빠르게 종후의 진면목을 파악한 승준은, 여자아이들의 수다를 엿들으며 종후와의 거리조절 계획표를 빠르게 수정해 나갔다.

-딩동댕동

그리고 마침내 수업종이 울렸다. 아침조회를 끝마치고 선생님만 도착하면 1교시가 시작될 짧은 시간. 아무생각 없이 아침햇살을 맞으며 창밖의 푸른 하늘을 쳐다보던 승준은 문뜩 카세트테이프를 뒤로 돌리며 재생하는 것처럼 신경을 자극하는 날카로운 소음에 인상을 찡그렸다.

『다았찾 를이먹 다았찾 다았찾!!』

꾸물꾸물 끈적끈적, 질척한 소음과 함께 승준을 자극해오는 괴성. ‘이 시간에 나올 리가 없는데-.’ 라고 생각하면서 주변을 두리번거리던 승준은 교실 한 가운데에서 천장에 매달려있는 시커멓고 끈적끈적한 액체를 발견했다.

『히히히히이-!! 』

온몸의 털이 곤두서도록 소름끼치는 웃음소리를 흘리며 매달려있는 괴물. 길바닥에 뱉은 가래침을 뒤집어 엎어놓은 것 같은 그것은 천장에 들러붙어있는 하반신(?)과는 달리 종잇조각처럼 팔랑거리는 몸과 흉물스러운 얼굴로 입맛을 다시며 자신의 아래에서 오들오들 떨고 있는 먹잇감을 위협했다.

『다테 을먹어씹 다 지까뼈-! 득까득까득아득아~!! 헤헤헤헤헤케-!』
“………….”

두 눈알을 뒤집으며, 혀를 날름거리는 그것. 그 괴물체의 밑에는 겁먹은 고슴도치처럼 고개를 숙인 채 오들오들 떨고 있는 소녀가 있다.
새하얀 교복 블라우스에 핑크색 포인트가 들어간 모란고교의 여학생 교복, 승준이 교실 뒤에 앉아있는 탓에 머리핀으로 올려 묶은 머리만 눈에 들어오는 그녀는, 누가 보기에도 금방 쓰러질 것처럼 심하게 경련을 일으키고 있었다.

‘어떻하지…? 햇빛에도 죽지 않는 괴물…내가 감당 할 수 있을 리가 없는데.’

소녀를 구하고 싶지만, 그녀를 구했다간 도리어 승준이 봉변을 당할 것이다. 지금 승준의 심정으로는 괴물과 눈을 마주치는 것조차도 자제하고 싶은 상황이었다.

-드르륵!!
“예들아 책 펼쳐라.”

교실 문을 열자마자 책부터 펼치라는 사회선생님의 목소리가 교실을 쩌렁쩌렁하게 울렸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괴물에게 위협받던 소녀가 책상에 엎어졌다.

-덜컥!!
“선생님!”
“선생ㄴ…!?”

소녀가 거품을 물고 기절하는 모습에 안 되겠다 싶어 자리에 일어선 승준. 하지만 그보다 한발 앞서서 일어서는 소년이 있었다.
승준이 앉은 창가의 반대편 자리에 앉아 있는 종후였다.

“은미 어디가 아픈 거 같은데요?”
“어? 은미야? 왜 그래 은미야?”
“……….”

그제야 기절한 소녀를 돌아보며 호들갑을 떠는 선생님과 아이들. 그런 그들을 보며 승준은 조용히 손을 내리고 다시 자리에 앉았다. 단박에 은미의 이름을 외친 종후와는 달리, 그녀와 안면조차 없는 승준은 업혀서 양호실로 가는 그 소녀의 이름은커녕, 그녀를 괴롭히는 괴물을 보기 전까지 그녀의 존재조차 알지 못했으니까.



“야, 그 얘기 들었어? 은미 말이야, 걔. 간질 발작이 있데.”
“아? 그런 거야? 난 또 심장마비인줄 알고, 죽은 줄 알았잖아. 어휴, 완전 무서웠다니까?”

점심시간. 여전히 멍하니 창밖을 보고 있던 승준은 교실 뒷자리에 모여서 도시락을 까놓고 먹고 있는 여자아이들의 이야기를 듣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무슨 바람이 불어서인지 뚜벅뚜벅 걸어서 양호실까지 온 승준은 짧은 고뇌에 빠졌다. 다른 아이들은 볼 수 없지만 승준은 볼 수 있다. 괴물이 소녀, 아니 은미를 괴롭히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비록 은미가 양호실로 실려 갔다고 해도 그곳에서 그녀가 멀쩡할 리가 없다. 분명 지금도 괴물에게 괴롭힘을 당하고 있겠지.
승준도 처음 괴물들을 봤을 때 비슷한 경험을 했으니까 말이다.

‘…아무도 없나?’

승준은 양호실의 문을 열고 고개만 빠꼼 내민 채 주위를 둘러봤다. 점심을 먹으러간 것인지 보이지 않는 양호선생님. 그렇다면 은미는 필시 이곳에서 혼자 남아있을 것이 분명했다. 승준은 발뒤꿈치를 들고 살금살금 양호실 안으로 발을 들이밀었다.

“………….”

쥐 죽은 듯이 조용한 양호실. 승준은 새하얀 침대 시트와 커튼 너머로 누워있는 한 소녀의 모습을 멀찌감치 서서 바라만 봤다. 죽은 사람처럼 조용한 소녀. 은미라고 했던가? 그녀의 이름을 다시 한 번 떠올린 승준은 말을 벌어볼까 고민을 하다 결국 포기하고 돌아섰다.

“히핫-?!”

은미의 작은 비명소리에 승준이 돌아서던 발을 멈춘다. 그리고 다시 은미가 있는 침대를 향하자, 가려진 커튼 너머로 보이는 새까만 그림자가 은미가 누워있는 침대에서 풍선처럼 크기를 불리고 있었다.

『드드득…그그그극…!!』

오래된 나무가 서서히 부러지며 내는 비명소리를 닮은 그 소음. 그리고 은미의 앓는 신음소리는 점점 커져만 갔다.

“흐윽-히윽-!!”
『그가가가가가가각…!!』

커튼을 넘어서 검고 거대한 육신을 드러내는 괴물. 그 모습에 침을 꿀걱 삼킨 승준이 입을 열었다.

“-저기.”

승준이 용기 내어 목소리를 쥐어짜냄과 동시에 커튼너머에서 몸집을 불리고 있던 검은 그림자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작게 숨을 몰아쉬며 괴로워하는 은미의 목소리만 조용한 양호실에서 울려 퍼지고 있었다.

“저기, 괜찮아? 너?”
“…으, 으응.”

애써 아무것도 아닌 척 대답하는 소녀의 목소리가 커튼너머에서 승준에게 대답한다.

“괘, 괜찮아….”
“그래?”

그렇게 대답한 승준은 다시 은미가 누워있을 침대에서 등을 돌려 밖으로 나가는 문을 향했다. 그렇게 양호실을 나서는 승준의 등 뒤에는 그의 목덜미를 끌어안고 있는 검은 덩어리가 매달려 있었다.



학생식당으로 걸어가던 승준은 맞은편에서 걸어오는 망상체 연구부 선배의 모습에 고개 숙여 인사했다. 다른 여학생들과는 달리 새하얀 원피스가 아닌 검은색의 원피스를 입고 있는 선배. 수많은 학생들 속에 섞여있어도 한눈에 알아볼 수 있을법한 그녀는 승준이 고개를 숙이자마자 그를 알아보며 자상한 미소와 함께 말을 걸어왔다.

“아, 승준이구나. 안녕?”
“안녕하세요.”

승준이 떨떠름한 감정을 감추지 못하고 억지로 웃으며 고개를 들었다. 사실 승준은 인사를 하려고 했던 것이 아니라 모르는 척 지나치려 했었던 것일지도 모르겠다. 승준에게 있어서 엮이고 싶지 않은 사람과 엮이는 것은 영 불편한 일이다.

“재밌는 걸 달고 다니네.”
“아하하, 뭐 그렇게 됐습니다.”

승준의 목을 두 팔로 감은 채, 등 위에 매달려있는 시커먼 덩어리의 귀신. 복도를 가득 채울 만큼 거대한 그 괴물을 위 아래로 감상한 선배는 승준의 후들후들 떨리는 두 다리를 보며 말없이 미소 짓는다.

“저기…보이는 거죠?”
“응? 무슨 말을 하는 거니?”

고개를 옆으로 살짝 기울이며 시치미를 뚝 떼는 선배. 그런 그녀를 보며 승준은 이 여자가 자신이 곤란해 하는 것을 보며 즐기고 있음을 직감했다.

“제 등에 매달려 있는 이것 말이에요.”
“특이한 가방을 메고 다니네?”
‘가방 같은 건 애초에 메고 있지도 않거든요?’

분노로 이마에 힘줄이 돋아난 승준이 애써 구겨진 인상을 펴며 실없는 웃음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어쨌든 이, 이거 어떻게 떼어내죠?”
“응?”

승준이 어께 뒤를 가리키며 “이거, 이거”라고 말하자, 선배는 여전히 소공녀처럼 손으로 입을 가린 채 기품 있게 웃었다.

“후후후, 귀여운 아이잖아.”
‘도대체 어디가?!’

선배의 고약한 취향에 대해서 마음속으로 열심히 호박씨를 까던 승준은, 갑자기 한 발짝 다가오는 선배의 모습에 깜짝 놀라 경직됐다. 십 여 센티도 되지 않을 것 같은 가까운 거리까지 다가온 선배의 까만 눈동자가 그의 눈을 직시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딱!

선배는 가늘고 긴 손을 들어 승준의 턱을 스치듯 지나치며 손가락을 튕겼다. 그 순간 애초에 존재하지도 않았던 것처럼 사라지는 묵직한 압력. 승준은 온 몸이 깃털처럼 가벼워졌다는 것을 깨달았다.

“어? 어?”

두 어 발짝 뒤로 물러서서 제자리에서 폴짝 폴짝 뛰고, 어께 너머로 등 뒤를 살펴본 승준. 그의 어께 뒤에는 검은색의 덩어리 그림자조차 남아있지 않았다.

“오? 이거 어떻게 한거예…!!”

자신의 등에 들러붙어있던 괴물이 떨어져나간 덕분에 기뻐서 어쩔 줄 모르던 승준은 자신의 말을 채 끝내기도 전에 말꼬리를 길게 늘어트리며 멈춰서야 했다.

“………요?”
“응? 왜 그러니?”

방긋 웃고 있는 선배의 등 뒤로 거대하고 새하얀 손이 복도를 가득 메운 채, 검은 덩어리를 쥐고 있다.

『에, 엑에에에에에끼-!!』

손목부터 벽에서 튀어나와 괴물을 쥐고 있는 새하얀 손은 반대쪽 벽에서 튀어나온 거대한 입술을 향해 괴물을 밀어 넣었다.

『야아아아아아키-!!』

버둥거리며 손에서 벗어나려는 검은 괴물. 입술이 달린 벽이 그대로 쩍 벌어지자 괴물을 빨아들일 것처럼 새까만 구멍이 모습을 드러냈다. 괴물을 쥐고 있는 새하얀 손이 천천히 괴물을 입 안으로 밀어 넣는다.

『그그그그그그-!!』
-터엉!!

교실 벽 한 면을 차지하고 있던 거대한 입은 그렇게 검은 괴물을 형체도 없이 집어삼켰다. 괴물을 밀어 넣은 새하얀 손은 원래부터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 벽속으로 빨려 들어가고, 이빨을 보이며 무언가를 으적으적 씹고 있던 그 입도 벽속으로 쪼그라들어 사라졌다.
눈앞에서 일어난 믿을 수 없는 상황에 승준은 입과 손이 사라진 복도의 벽을 번갈아 보며 자신의 두 눈을 의심했다.

“후후후…많이 놀랐구나?”

여전히 자상한 미소로 일관 한 채 승준을 쳐다보는 선배. 그녀가 손을 들자 바닥에서 새하얀 손이 튀어나와, 그 손을 어루만진다. 선배 주변의 복도는 마치 살아있는 사람처럼 꿈틀거리며 사방에서 새하얀 눈을 치켜뜨고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괴, 괴물…?”

괴물 아니면 귀신. 승준은 ‘선배’의 정체를 그렇게 규정했다. 척 보기에도 자유자재로 괴물들을 조종하는 것으로 보이는 그녀가 같은 괴물이나 귀신이 아니라면 무엇일까.
공포에 질려 주춤주춤 뒤로 물러서는 승준은 반사적으로 소리쳤다.

“괴물-! 괴물이죠?!
“아, 그렇게 말하지 마. 이 아이들 보기보다 소심해서 쉽게 상처 받아.”

선배는 아무것도 없는 바닥에서 갑자기 튀어나와 자신의 키만큼 솟아오른 새하얀 팔을 가슴께로 끌어와 안고 쓰다듬는다.
“한번 만져볼래?”
“예, 예?!”
“이 아이는 착한아이니까. 무서워 할 거 없어.”

하지만 선배의 권유에도 불구하고 주춤주춤 뒤로 물러서는 승준. 그런 승준의 엉덩이를 떠미는 무언가가 있었으니, 그것은 승준의 뒤에서 튀어나온 두 개의 새하얀 팔이었다.

“히, 히익?!”
“푸후후, 겁먹지 말고 와서 한번 만져봐.”

퇴로는 막혔다. 언젠가는 한번 만져봐야 할 일이니 울며 겨자 먹기로 엉거주춤 선배에게 다가는 승준. 그리고 선배가 건네주는 새하얀 손을 만져보려고 했지만-.

-타악!
“으, 으갸?! 아, 아야야야야-!!”

복도의 양쪽에서 새총처럼 튀어나오는 새하얀 팔들이 승준의 양 뺨을 잡아 잡았다.

『어했 고라이믈개! 이아쁜나 이 어했 고라이물괴 를리우-!!』

쭈욱, 승준의 양 뺨을 밀가루 반죽 쥐고 잡아당기듯이 이리저리 잡아당기고 꼬집는 손. 어느새 승준의 등 뒤에서 승준을 떠밀던 손까지 가세해 승준의 귀를 잡고 양쪽으로 잡아당긴다.

“으야으-!! 으야야야야야-!!”
『이아쁜나! 자주내혼 이아쁜나! 자주려때!!』

양 볼이 잡아당겨지는 바람에 벌어진 입으로는 침을 질질 흘리고 눈물마저 머금은 채 버둥거리는 승준. 선배는 그런 승준을 보고 웃음을 참지 못해 돌아서서 어께를 들썩였다.

“아갸-!! 서흐애!! 사려흐에-!! 으야야!!”

제발 살려달라는 애절한 눈빛으로 선배를 쳐다보는 승준을 보고 웃음을 참느라 표정이 경직된 선배가 입을 손으로 가리고 말했다.

“하하하, 하하-! 얘들아, 이제 그만해. 승준이가 울잖니.”

선배의 한마디에 승준의 뺨을 꼬집고 귀를 잡아당기던 손들이 즉각 움직임을 멈췄다. 양 뺨이 퉁퉁 부어서 쪼그려 앉아 뺨을 어루만지는 승준에게 손수건을 건네주는 선배.
복어처럼 양 뺨을 불리고 입술을 삐죽이는 승준이 자리에서 일어서자, 선배는 승준에게 정식으로 ‘괴물’들을 소개시켜줬다

“이 아이들의 이름은 망상체(妄想體)야. 괴물 같은 게 아니야.”




망상체(妄想體). 세상 사람들의 마음속에서 어떠한 조건에 의해 태어나, 사람이 사는 세계와 평행을 이루며 살아가는 존재. 그들은 사람의 마음 속 깊은 곳에서 태어나 그들의 ‘기억’과 ‘믿음’을 먹고 살아간다.
선배를 따라 망상체 연구부에 들어선 승준은 그제야 동아리 존재의 의미를 깨닫는다.

‘아, 망상체 연구부라. 그런 의미였구나-.’

승준은 동아리의 이름이 특별한 의미를 지닌 것이 아닌 이름 그대로 기괴한 존재인 ‘망상체’를 연구한다는 뜻이라는 것을 알고 고개를 끄덕였다.

“녹차 마실래? 홍차 마실래?”

부실 가운데 둘러앉도록 배치된 소파 중 한 자리에 엉덩이를 깔고 앉는 승준에게 찻잔과 찻주전자를 들고 오는 선배. 승준은 고개를 흔들며 정중하게 사양했다.

“아, 아뇨. 별로”
“그럼 아리수를 마시렴.”

승준 앞에 놓인 선배의 인심이 가득 담긴 페트병. 승준은 달라고 하지도 않았는데 자신의 몫으로 딸려온 이 아리수를 보며 깊은 고뇌에 빠졌다.

‘마, 마실까?’

맛은 분명 수돗물일게 분명하지만 말이다.

“그래, 어쩌다가 그런 아이가 들러붙은 거니? 보아하니 네 아이도 아닌 거 같은데.”
“예? 아….”

아무튼 승준에게 물 한 병을 건네주고 자신의 찻잔에 찻주전자를 기울이는 선배는 승준에게 들러붙어있던 망상체에 호기심을 보였다. 물론 그 가엾은 덩어리는 선배의 등 뒤에서 떡 하니 버티고 있던 괴이한 손과 거대한 입이 집어 삼킨 지 오래지만 말이다.

“같은 반에 있던 여자애한테 들러붙어있던 녀석이에요.”
“그래?”
“그런데 선배를 따라다니는 그 괴…아, 아니, 그러니까 그-!! …망상체들이나 그 애한테 달라붙어있던 망상체는 저한테 들러붙는 녀석들이랑은 조금 다른 거 같아요?”

순간 실수로 ‘괴물’이라고 말하려던 승준은, 자신의 양 뺨을 잡아당기려고 바닥에서 쑥 튀어나온 새하얀 손들을 보고 질겁하며 정정했다.

“흐응~ 어떻게 다른데?”
“저를 따라다니는 녀석들은 햇빛을 받으면 녹아버리거든요. 흡혈귀처럼.”

때마침 승준의 목덜미를 간질이며 그의 어께를 타고 올라오는 새까만 지네가 있다. 그것을 손으로 덥썩 쥐고 잡아당긴 승준은 망상체연구부실 출구의 문을 활짝 열었다.

『에에에에에에끼…!!』

승준의 손에 잡혀서 버둥거리다가 복도를 통해 들어오는 새하얀 햇살에 초코 아이스크림 녹듯이 녹아버리는 지네형태의 망상체. 승준이 부실의 문을 닫고 다시 제자리로 돌아오자, 선배가 흥미롭다는 듯이 찻잔을 홀짝이며 승준을 주시했다.

“되게 고전적인 파상법(破想法)이구나.”
“예?”
“망상체를 부수는 방법이라는 뜻이야. 뭐, 보통은 네가 하는 것처럼 햇볕에 노출시키는 방법은 비효율적이라서 아무도 안하는 방법이지만….”

선배가 “금순아, 책 좀 한권 가져다주지 않을래?”라고 말하자, 그녀 주변을 알짱거리던 새하얀 팔 하나가 부실을 둘러싸고 있는 책장 쪽으로 미끄러지듯 다가간다.

‘저것들도 이름이 있었구나.’

금순이를 쳐다보는 승준이 그렇게 생각했다. 바닥에서 튀어나온 팔 한 짝이 가지기에는 과분한 이름 같기도 하지만 말이다.

“아참, 그러고 보니 내가 우리 부실 애들 소개를 안 해줬구나. 지금 저기 있는 애가 금순이, 그리고 내 옆에 있는 애가 인순이.”
‘벼, 별로 알고 싶지 않은데.’

승준은 책장 앞에서 손가락을 꼬물거리며 선배의 명령을 기다리고 있는 손과, 선배의 옆에서 주변을 살피는 것처럼 좌우로 휙휙 흔들리는 새하얀 손을 보며 그렇게 생각했다.

-스슥♡
“히, 히익?!”

승준이 자신의 손등을 쓰다듬는 감촉에 엉덩이를 밀쳐진 개구리마냥 펄쩍 뛰었다. 바닥에서부터 뻗어 나온 새하얗고 가느다란 손이 승준의 왼손을 소리 없이 쓰다듬었기 때문이다. 손을 좌우로 흔들며 인사하고 있는 그 작은 손과,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그 손을 쳐다보는 승준. 그 모습을 지켜보는 것이 마냥 즐거운 선배가, 승준에게 세 번째 손을 소개시켜줬다.

“그리고 네 옆에서 너에게 관심을 보이는 애가 봉선이야. 후후후…네가 마음에 들었나봐.”
‘침착하자, 이건 그냥 손이야! 이건 그냥 손이라고!’

다시 소파에 엉덩이를 깔고 앉는 승준이 등줄기를 타고 흐르는 식은땀을 주체하지 못하고 부르르 떨며 그렇게 되뇌었다.

-똑 또똑!
“응? 아, 미안. 금순아, 망상록 제 3권이야. 부탁해~.”

선배가 책 이름을 불러주기를 기다리다 지친 금순이가 책장을 두드렸다. 그 소리에 반응한 선배가 책 이름과 책 번호를 말해주자마자 냉큼 책장 한구석의 책을 뽑아들고 돌아오는 금순이. 이름만 듣는다면 참 정겨운데 말이다. 승준의 입에 받아들일 수 없는 괴리감으로 인한 쓴웃음이 걸렸다.

“파상법 중에서도 굉장히 오래된 방법이야. 햇볕에 노출시킨다. 이건 보통 신화나 구전설화 같은 데서 악령이나 마귀를 퇴치할 때 쓰던 방법이지. 문제는 이 방법은 해가 떴을 때만 사용 가능하니 불편하기도 할뿐더러 한번이라도 그 고정관념이 깨지는 현상을 본 경험이 있다면 이 방법은 더 이상 통하지 않게 된다는 거야.”

단숨에 책장을 넘기는 선배가 코끝에 걸린 안경을 고쳐 쓰고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아까 보니까, 복도에서 그 아이를 업고 있었지? 햇볕이 쨍쨍 내려쬐는 그곳에서 그러고 있었다는 건 이미 햇볕에서도 멀쩡한 망상체를 만났다는 소리인데. 그렇다면 내가 하고 싶은 말이 무엇인지 알겠지? 앞으로 네 방법이 통할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는 게 좋아. 굳이 통한다면…‘너’에 의해 태어난 망상체들 정도만 통하겠지.”
“예? 저에 의해서 태어났다니요?”

뜬금없는 폭탄 발언에 당황한 승준. ‘도둑 잡는다고 내 담 넘는 놈 패고 보니 술 취한 아들놈이었다.’ 같은 상황에 입만 떡 벌리고 선배를 쳐다본다.

“응, 망상체는 사람의 망상에 의해서 태어나니까. 당연히 너의 망상에 의해 태어난 아이도 있어. 가령 아까 네가 손으로 직접 잡아 죽인 그 아이 말이야.”

승준은 조금 전에 손으로 쥐고 햇볕에 날로 태워 죽인 지네형태의 망상체를 생각하며 자신의 오른손을 쳐다봤다.

“네가 ‘지금 태워죽일 수 있을 만한 나약한 망상체’라는 것을 상상했기 때문에 생겨난 작은 아이야. 말 그대로 깔끔하게 녹아 없어지기 위해 태어난 아이지.”
“으에엑-?!”
“푸훗”

두 눈이 튀어나오도록 크게 뜨고 선배와 자신의 손을 번갈아보는 승준. 그런 승준을 보고 웃음이 터져 나오는 것을 애써 참은 선배가 다시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괜찮아. 세상에는 하루에도 수천만, 수억의 망상체들이 태어나고 사라져가니까. 그리 죄책감을 느낄 필요는 없어.”
“아, 그런가….”

납득하고 고개를 끄덕이는 승준. 하지만 여전히 양심에 찔리는 것인지 자신이 손으로 태워 죽인 검은 지네를 떠올리며 오른손을 쳐다봤다.

“응? 잠깐, 수억-씩이나 태어난다고요?”

선배의 말 속에서 위화감을 발견한 승준이 소리치듯 되물었다. 하루에도 수천만, 수억의 망상체가 태어난다? 그렇게 되면 곤란하지 않나?

“응, 그만큼 빠르게 사라져가기도 해. 이 아이들은 사람, 나아가 생명들의 망상과 공상, 그리고 믿음 속에서 창조되고, 살아가며-자신을 창조해낸 주인, 혹은 사람들의 현실인지와 망각에 의해 한줌의 모래먼지처럼 사라지지.”

승준은 “아, 그렇구나.” 하고 고개를 끄덕이며 자꾸 자신의 왼손에 달라붙는 봉선이를 떼어냈다.

“뭐, 그렇게 수명이 짧은 아이들이지만 개중에는 몇 일, 몇 개월, 길게는 몇 백 년은 장수하는 아이들도 있어. 그리고 그런 아이들 중에 아까 승준이 너를 괴롭히던 그런 못된 아이도 있고-. 그래서 어쩔 수 없이 그런 못된 아이들은 무(無)로 되돌려야 해. 그게 바로 파상(破想)이야.”

다시 한 번 홍차를 홀짝인 선배는 자신의 곁에서 재롱을 피우듯 그녀의 허벅지 위에서 꼼지락거리는 인순이와 금순이를 쓰다듬어주며 중얼거렸다.

“되도록이면…하고 싶지 않은 일이지만 말이야.”




-딩동뎅동

점심시간이 끝나는 종소리가 학생들로 요란한 교실과 복도를 흔들며 길게 울려 퍼졌다. 종이 울리기가 무섭게 하나 둘 제자리로 돌아가는 아이들. 그리고 종이 울리기 전에 이미 교실에 돌아와 있던 승준은 망상체 연구부실에서 들은 이야기를 떠올리며 찝찝한 기분으로 책상에 얼굴을 파묻었다.

“아- 이제 어쩌지….”

점심시간에 선배가 했던 말이 승준의 머릿속에서 메아리처럼 맴돌았다.

‘파상법 중에서도 굉장히 오래된 방법이야. 햇볕에 노출시킨다. 이건 보통 신화나 구전설화 같은 데서 악령이나 마귀를 퇴치할 때 쓰던 방법이지. 문제는 이 방법은 해가 떴을 때만 사용 가능하니 불편하기도 할뿐더러 한번이라도 그 고정관념이 깨지는 현상을 본 경험이 있다면 이 방법은 더 이상 통하지 않게 된다는 거야.’

선배는 승준이 쓰던 방법이 앞으로도 계속 통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 그 말은 햇볕은 더 이상 승준을 가려주는 방패가 될 수 없다는 소리였다.

‘…망상체를 쫒아낼 수 있는 새로운 방법 정도는 물어볼걸.’

죽이든 쫒아내든 간에, 승준은 어떻게든 망상체를 자신에게서 몰아낼 방법을 물어보지 않았던 것을 후회했다.

“………….”

늦게나마 허겁지겁 교실로 돌아오는 아이들을 멍하니 쳐다보고 있는 승준.
승준은 때마침 교실로 들어오는 은미를 발견하고 입이 벌어졌다.

『히히히히히히키…!!』

천장에 어께가 닿을 정도로 거대한데다가 뼈와 가죽만 남은 앙상한 사람의 형상을 한 망상체가 몸을 펄럭이며 은미의 뒤를 따라온다. 펄럭이는 몸을 주체하지 못해 뒤뚱거리면서도 사각사각소리를 내며 은미의 등 뒤를 바짝 쫓는 그 망상체.
승준은 그 기괴한 모습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

『아집계 진방건 이 마지하 척 는이보안-!! 아잖이보 가내! 지거는이보 가내 너?』
“……….”

창백한 얼굴로 앞만 쳐다보며 교실로 들어온 은미. 그녀는 자신의 책상 앞에 앉아 아무렇지도 않은 척 책을 펼쳤다. 은미의 주변을 흐느적거리며 맴도는 그 망상체가 주변을 두리번거리자 행여나 눈이 마주칠까 찔끔한 승준이 책상으로 시선을 내리꽂았다.

『아다테줄려때-! 다린때!! 다겠했시무 를나-!!』

은미는 귀를 막고 책속으로 얼굴을 파묻은 채 오들오들 떨었다. 그것이 그녀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대책이었다.

『가가가가가가드드드드드드-!!!』

망상체가 몸을 움직일 때마다 녹슨 쇠가 뒤틀리며 내는 불쾌한 소음이 사방을 뒤덮는다. 삐걱, 삐걱하고 교실의 아이들이 떠드는 왁자지껄한 소리마저 잠재우는 그 날카로운 소음에 인상을 찌푸리는 승준은 눈을 감고 귀를 막았다.

‘미안,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어.’

승준은 무능한 자신을 저주하며 애써 은미를 외면했다. 어떻게든 망상체의 시선을 돌려서 자신에게 들러붙게 만드는 수도 있겠지만 승준이라고 은미 주변을 맴도는 거대한 망상체를 어찌할 방법은 없었다.

『고라말 지하시무 날!! 마지하 척 는르모! 아잖이보 나. 지이보 나?』

은미의 머리만한 주먹이 그녀의 뒤통수에 내리꽂힌다. 쿵! 하고 은미의 이마가 책상과 부딪치며 요란한 소리를 냈다.

『어겠보 지는하 척 는르모 지까제언! 르르르크-!!』

쿵! 쿵! 두 번 더 은미의 머리가 거인의 주먹에 얻어맞고 책상면에 내리 꽂힌다. 주변에서 왁자지껄 떠들고 있던 아이들도 하나 둘 책상에 머리를 박고 있는 은미의 모습을 주목하기 시작했다.

‘…쳇.’

그렇게 아이들이 은미를 주목하는 모습에 승준은 두 주먹을 꽉 움켜쥐었다. 자신이 들고 있던 노트의 한 페이지를 쫙 찢어서 두 손으로 힘껏 구기며 다짐했다.

‘내가 저놈을 어떻게 할 수는 없어도…!!’

스르륵 자리에서 일어서 손으로 구겨 만든 종이공을 꽉 쥐고 눈앞의 망상체를 노려봤다.
교실 뒤쪽에 앉아있는 승준에게 망상체는 커다란 표적이나 다름없었다.

‘저렇게 괴롭힘 당하게 내버려 둘 수는 없잖아…!’

뭉친 종이공을 정면을 향해 힘껏 집어던졌다. 바람 한 점 없는 교실을 곡선으로 날아서 망상체에게 명중하는 종이공. 은미를 괴롭히느라 집중하고 있던 망상체가 움찔 놀라 손을 멈춘다.

『음으-?』

자신을 자극한 존재를 알아차리고 흐느적흐느적 뒤로 돌아서는 망상체를 보며 승준은 등골을 훑고 지나가는 냉기에 부르르 떨리는 두 팔을 끌어안았다. 그런 승준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아직도 괴물이 자신의 등 뒤에 있다고 믿고 있는 은미는 부르르 떨면서도 옆에서 말을 걸어오는 짝에게 애써 아무렇지도 않은 척 대꾸한다.

“은미야…괜찮아?”
“아, 아아?! 으, 응! 괘 괜찮아!”

어색하게 이마를 문지르며 짝을 보고 웃음 짓는 은미.

“너, 너무 졸려서 책상에 머리를 좀 박은 거뿐이야! 아하-! 아하, 하하-!! …하아.”
…라고 말하며 주변을 두리번거린다. 그리고 자신의 등 뒤에 있어야할 망상체가 자신에게 등을 돌려 어디론가 걸어가고 있다는 사실에 놀라 멈칫한다.
“아, 뭐야 그게! 점심시간에 좀 자두지 그랬어?”
“으, 으응. 점심에 밀린 숙제하느라….”

은미의 말을 진심으로 믿고 걱정해주는 은미의 짝꿍. 은미는 그런 친절한 짝에게 “놀라게 해서 미안해.”라고 사과하고 교실 뒤편으로 걸어가는 망상체를 쳐다본다.
‘뭐지…?’하고, 고개를 갸웃거리지만 교실에서 앉아있는 아이들의 벽으로 가려져 승준을 발견하지는 못했다. 승준이 의자에서 내려와 뒷걸음질 치다가 바닥에 주저앉았기 때문이다.

『놈네-?!』

드드득 드드득, 끼긱, 끼긱 관절이 꺾이는 소리를 내며 다가오는 망상체. 승준은 침을 꿀꺽 삼키며 스스로 생각하기에도 안일하기 짝이 없는 태도로 망상체를 도발한 멍청한 자신을 저주했다.

『흐흐흐흐크-! 이놈이-!!』

승준은 눈앞에서 자신을 내려다보는 망상체의 무시무시한 모습에 뒤늦게나마 하느님 부처님 천지신명님께 목숨만 살려달라고 기도했다. 얼굴의 반을 채울 것 같은 커다란 외눈에 얼굴 끝까지 찢어진 입꼬리.
입이 찢어져라 웃는 망상체를 마주보며 웃는 승준의 얼굴이 새하얗게 탈색되어갔다.

-드르륵!
“오호호홍 여러분~ 책을 펼칠 시간이에요옹~”

교실 앞문이 열리며 들어온 담임선생님이 승준의 반 아이들에게 화사한 미소와 함께 반가움의 인사를 했다. 그와는 별개로 승준 장본인은 교실 후문으로 망상체에게 목덜미를 잡힌 채 질질 끌려 나가고 있었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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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늦게 깨닳은 거지만 여기 게시판에 글 올리면서 부제목 잘못썼다;;

사계편 -> 사계와 소녀편인데;; 으억 ㄱ- 이제는 수정도 불가능햌ㅋㅋ
링크
네오 은미라고 했던가? 그녀의 이름을 다시 한 번 떠올린 승준은 말을 벌어볼까 고민을 하다 결국 포기하고 돌아섰다.
-> 은미라고 했던가? 그녀의 이름을 다시 한 번 떠올린 승준은 말을 걸어볼까 고민을 하다 결국 포기하고 돌아섰다.


『어했 고라이믈개! 이아쁜나 이 어했 고라이물괴 를리우-!!』
->『어했 고라이믈괴! 이아쁜나 이 어했 고라이물괴 를리우-!!』


선배는 그런 승준을 보고 웃음을 참지 못해 돌아서서 어께를 들썩였다.
-> 선배는 그런 승준을 보고 웃음을 참지 못해 돌아서서 어깨를 들썩였다.


아......아리수....

이놈이~ 이놈이~ 거꾸로 해도 이놈이~ (=ㅂ=;;)

신젤리님 글 너무 재미있게 보고 있어요 ㅎㅎ

오타 말고는 딱히 지적할곳도 없는
개성있고 재미있는 문체와 캐릭터, 사건, 설정.
물흐르듯 잘 연결되는 말끔한 전개.

읽는 내내 재미는 기본이고 독자에게 새로운 경험을 제공해 주는.

정말이지 마음에 드는 작품입니다 ^^
승희도 이쁘네요~ 내스타일이야 ㅋㅋ

은미의 망상체를 삼켜버린 선배에게 안좋은 후폭풍이 있는건 아니겠죠? ㅜㅜ

뒷편도 즐거운 마음으로 기다리겠습니다~!!

11-04-15 11:52
Sourjelly 우왓 오타지적 감사합니다 ;ㅅ; 즐겁게 읽어주신다니 더욱 감사합니다 ;ㅅ;!!
11-04-18 1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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